76...전망 좋은 3층의 특실방은 창문이 넓어 방안가득 밝은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형거울은방안의 모습들을 모조리 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찢기어진 상태로 널려있는 옷가지들,,술병..먹다남은 음식물들,,
그리고,,시트와 이불이 마구 헝크러진 침대,,그위에 알몸인상태로 마주 앉아있는 두 남녀,,,
그모든것들을 담고 이쓴 거울은 그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돌아가요 네에?"
여자가 남자의 팔을 붙들고 흔들면서 애원한다
"우리 이대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기로 해요 "
여자는 계속해서 남자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오빠곁을 떠난다는 생각 하지 않을테니,,제발,,"
그녀의 말에 남자가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현아,,우리 이대로 아무도 모르는곳으로 떠나자,우리 멀리 떠나서 둘이 아들딸 낳고 오손도손 살자꾸나"하고...
그랬다
그들은 삼일전 함께 행방 불명되어버린 권이와 현이였다
그날밤 권이는 강제로 현이를 이곳으로 끌고와서는 다짜고짜 그녀를 유린 했었다
그날뿐이 아니었다
그동안 그는 틈만 나면 쉬지도 않고 이성을 잃은 사람마냥 자신과 현이를 학대
해왔다
이제 정신을 차린것인가..
"내가 너에게 지은 죄는 그무엇으로도 용서 받을수 없을거 같구나..."
그러면서 그는 긴 한숨을 내어 쉰다
"아니에여,,,저도 바라고 있던건데요 뭐,,,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건 여자의 최고의 행복 인걸여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오빠"
현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니야 ,,난 이제야 깨달았어 그동안 네가 얼마나 가슴 졸이며 힘들어한줄을..
우리 부모님,,네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든 상대라는거 알아,,,,그래서 난
나름대로 결심 했어 너랑 떠나기로,,,이기심으로 가득찬 우리 부모님이 싫어졌어 더이상 너를 힘들게할 사람없는 곳으로 너를 데리고 떠날거야 "
권이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부턴 너와 나를 위해서 살겠어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거야,,그러니 우리 떠나자..응? 현아.."
그의 말에 현이는 가만히 고개를 젖는다
"아니에여 저의 생각이 짧은 탓이에여 우리 이대로 돌아가서 때를 기다리기로
해여 여러사람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여 다들 우리를 찾고 있을거에여
우리 기다리면서 서로 마음 변치 않기로 해여 네에? 오빠..'
현이는 그러면서 그의 어깨에 얼굴을 가만히 기댄다
"바보,, 가트니라구,,,"
그녀의 가녀린 어깨위로 권이의 눈물 방울이 떨어져 얼룩진다
",,!"
고개를 든 현이는 자신의 작은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속삭인다
"울지마여 오빠 ,,저는 아무렇지 않아여 우리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거에여 제 사랑도 변함 없을거구여 그러니 울지마여 미안해하지두 말아여,,,"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권이의 입술을 찾아 자신의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포갠다
"현아"
왈칵 치솟는 설움에 권이는 현이를 힘주어 끌어 안는다
":오빠, 저를 진정 사랑 하세여??"
그의 가슴에 갇힌채 현이는 속삭여 묻는다
"그걸 말이라고,,,,"
여전히 울먹이는 권이는 어처구니 없다는듯 말을 잇지 못한다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우리 이대로... 제말대로 돌아가기로 해여
그리구 ...이대로 ...다시 정식으로 저를 사랑해 주세여"
그의 가슴에 갇힌 그녀의 음성은 어느새 달콤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해주마..원한다면..."
권이는 복받쳐오르는 설움을 씻기라도 할것처럼 힘주어 현이의 몸을 안고 있었다
"내 사랑 나의 천사 사랑한다!"
그는 연신 그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이내 방안은 두 남녀의 거칠고 더운 호흡소리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햇살은 주책없게도 그런 방안을 더욱 밝게 비추고 있었다
77... 봄 바람이 산들 산들 저녁 어스름을 헤집고 불어오고있었다
종이는 퇴근 시간에 맞춰 오늘도 여느때처럼 현이의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달동네의 골목 어귀엔 동네 꼬맹이들이 옹기종기모여 앉아 재잘 거리며
놀고 있었다
"후~우~!"
종이는 언제 부터인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기 시작 하고 있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개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다
벌써 나흘째였다
그녀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것이...
그는 나흘째 늘 같은 시간에 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그녀의 작은 창엔 불빛이 없으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곳으로 향하는 자신의 발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현아~~!"
그는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반짝이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현이를 불러본다
오늘 낮엔 권이의 어머니가 사무실로 찾아와서 한동안 현이를 찾으며
난리를 치던 생각이 떠오른다
"불쌍한것...."
그의 눈가엔 별빛을 받은 이슬이 촉촉하게 맺히고 있었다
"현아,,오늘은 제발,,제발좀 돌아와 다오"
그는 마음속 가득히 그렇게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지켜 주리라고도 굳게 다짐하는 그였다
",,,,,?...!"
갑자기 그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눈을 크게 뜨더니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얼굴 가득히 환한 미소를 머금은채로 그는 단숨에 현이의 집앞에까지
뛰어 와서는 멈춰선다
아~! 그녀의 작은 창으로 환한 불빛이 밝혀져 있었다
쾅 쾅 쾅...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두손으로 힘껏 그녀의 집 출입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이윽고 꿈에서나 들음직한 고운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방에서 나온다
"빨리 이문 않열어?'
종이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큰 소리로 재촉한다
"어머..."
문을 열려고 나오던 현이가 놀라며 그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현아 어서 이문좀 열어봐 ,,어서,,"
종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 숨가쁘게 재촉을 한다
한참을 망설이던 현이는 결국 문을 열어주며 고개를 푸욱 수그린다
핼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는순간 종이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현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는 다음말을 잇지 못한다
"사장님,죄송해여...아무런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무단 결근을 해서..."
현이는 고개를 숙인채 종이에게 사죄를 하고 있다
"바보..지금 내가 너의 결근때문에 이러는줄 아니?그런것은 상관없어
난 지금 네가 무사히 이렇게 다시 돌아온것이 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러는거야
너에게 무슨 일이있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단다
중요한것은 네가 내앞에 이렇게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준것이
고마울 뿐이란다"
그는 그대로 그렇게 선채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다보며 입가에 흐믓한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감사해여...저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여..그저 처분에 따르겠어여"
"그래?"
"네에"
그말에 종이는 두손을 허리에 받치고 거드름을 피우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좋아 ! 그럼 벌로써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서 더욱 열심히 일해봐 일하는거 봐서 내가 용서할건지 말건지 결정할거니까,," 하고...
그의 판결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알기쉬운 판결이었다
현이도 입가에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되는거에여?"
하고 묻는 그녀의 눈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답다고 종이는 느끼고 있었다
"되고말고 그대신 더 열심히 하면돼 나흘동안 네가 않하구 놔둔일 그대로
방치해 놨으니까 네 할일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해"
그말에 더욱 환한 미소를 머금는 그녀였다
"그리구..."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듯 하다가 도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현이가 의아한듯 묻자 그는 도리질을 하며 "아니야 아무것도..." 하는게 아닌가
"이제 네가 집에 무사히 돌아온것을 확인했으니까 난 이만 돌아 갈련다
문단속 잘하고 오늘밤은 푹자둬,,알았지?"
그는 돌아서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현이는 종이가 걸어내려가는 언덕길을 한동안서서 그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다본다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야...'
그녀는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별들이 어느새 무수하게 나타나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마를 스치는 봄바람이 너무나도 싱그럽게 느껴진다
78..온누리에 화사한 봄이 찾아왔다
개나리는 꽃망울을 터트리고 하얀 목련은 삭막한 산동네를 보다 수려하게
가꾸어 놓고 있었다
유라의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현이는 틈틈히 시간을 내어 털보대신 유라의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느라 요즘은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권이는 권이대로 시간만 나면 그녀들을 보호한답시고 늘상 현이곁에서
떨어질줄을 모른다
웨딩 드레스 대여점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골라 입어보는 유라를 바라보며
권이는 현이에겐 어떤것을 입혀줄까 하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기도 한다
"우와~유라씨도 저렇게 입으니 엄청난 미인이신데,,,"
권이는 마치 넋이나간 사람마냥 유라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세사람은 저녁무렵부터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나 먼저 갈께 현아 ..두사람이 즐거운 시간 맘껏 보내기바래~~"
저녁을 먹고 일어서면서 유라는 먼저 가겠다고 한다
"같이가자.우리도 곧 가야하잔아,,"
현이가 그렇게 말하자 유라는 빙긋이 웃으며
"아니야 수철씨랑 만나기로 했거든..그러니 두사람이 오붓한 시간 보내 ,,나먼저 갈께,,"
하며 유라는 총총걸음으로 밖으로 나간다
두사람은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보다 훨씬더 거리감이 없어진 그들이었다
서로 눈빛만으로도 통할수 있을 정도로...
"우리도 나갈까?"
권이가 먼저 일어서며 외투를 걸친다
두사람은 다정하게 보조를 맞추며 연인들로 붐비는 거리로 나왔다
권이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외투 주머니속에 넣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 보드랍고 따스하다 ! 매일같이 이렇게 하고 다녔으면 참 좋겠다"
그말에 현이는 피식 웃으며 권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요즘의 권이를 보노라면 마치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자신앞에서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쓴다
그럴때마다 현이는 그의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곤 하였다
두사람은 어느새 언덕길을 올라 현이의 집앞에까지 다다랐다
현이가 문을 열자마자 권이가 먼저 자기집인양 들어선다
"이젠 늦었는데,,,어머니께서 기다리시잔아여?"
걱정이 되는듯 현이는 권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 오늘 집에 않들어 갈거야 "
권이는 너무나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 어쩌실건데여?"
현이는 눈을 더욱 크게 뜨고 권이를 바라보며 묻는다
"나 오늘은 너랑 함께 자고싶어"
"않돼여 ,,그러면 어머니가 더욱 난리 치실텐데,,"
"아니야..사실은 나오늘 집에서 나오면서 미리 말씀 드리고 나왔어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간다구,,그러니 그런 걱정은 않해도 돼요 나의 공주님"
하며 권이는 현이에게 다가와 두팔로 그녀를 번쩍 안아든다
79,,,"뭐해 빨리 들어 오지 않구.."
이불속에 누운채 권이는 밖에서 샤워중인 현이에게 나지막히 소리치고 있었다
"....."
현이는 요즘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 징후를 느끼고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어김없이 찾아오던 손님이 요즘은 소식이 없었기에...
벌써 두달째 아무런 기별이 없다
불안함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어 가기만 한다
"내가 진정 아기를 가진 거란말인가....내가..."
현이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뭐해?"
방문을 빼꼼이 열며 권이가 내다보며 묻는다
"엄마얏~!"
현이는 부끄러운 마음에 허겁지겁 수건으로 몸을 가리며 권이가 내다보고있는 문을 밀쳐 닫는다
"킥 킥 킥,,,.이미 볼건 다봤는데 뭘,,,킥 킥 킥,,"
방안에서 들려오는 권이의 짖궂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더욱 세차게 뛰게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그의 짖궂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문을 곁눈질하고는 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방으로 들어서다가 갑자기 이렇게 소리친다
"불꺼요"
하고,,,
"어,,알,,알았어"
권이는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전기 스위치를 내린다
그녀가 어둠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이 그녀의 알몸을 비춘다
어둠속에서 마른 침을 삼키는 권이의 기척이 들려온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요즘들어 자주봐온 현이의 나신이지만 볼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고 들어와 권이의 옆에 마주 눕는다
늘상 그녀는 이럴때마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어본다
이런 시간을 영원히 지속하게 해달라고...
"오빠,,"
현이가 자신의 몸을 더듬는 권이를 조용하게 부른다
"응?"
권이도 조용하게 대답한다
"만약에...만약에말이에여..'
현이는 늘상 마음한구석에 커다랗게 자라나고있는 말을 하려 하지만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의아해진 권이가 그녀의 얼굴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속삭이듯 묻는다
"있잔아여 ..이러다가 내가 아기라도 갖게되면 어쩔거에여?"
그녀는 그렇게 속시원하진 않더래도 일단은 비슷하게나마 물을수 있는 자신이
무척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뭐라구?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거야? 내가 지금 노리고 있는것이 뭔지 알아?
이 바보야 네가 그렇게 되었으면 원이 없겠다 그렇게만 되면 어머니도 더이상
우리사이를 갈라놓으려 하지 않으실거아니야?"
그는 마치 자신의 뜻대로 일이 순조롭게 될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럴까요? 과연,,?"
"그렇지않음 어쩔라구,,,"
권이는 자신의 마음속 계획들을 알기쉽게 현이에게 오랫동안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이는 그의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더 불안해지는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만 될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지금당장 모든 사실을 털어 놓을수 있으련만...
안타까운 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깊어가는 밤 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조그만 창을통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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