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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쌍화점] 시대불문, 속궁합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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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쌍화점' 줄거리 :

격정의 고려, 금기의 기록 (쌍화점) 금기의 사랑이 역사를 뒤흔든다!

격정의 고려말, 왕과 왕의 호위무사 '홍림'.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 '홍림'은 대내외적 위기에 놓인 왕을 보필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후사문제를 빌미로 원의 무리한 요구는 계속되고, 정체불명의 자객들이 왕의 목숨을 위협하자, 왕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선택, 엇갈린 운명. 왕의 명령이라면 목숨처럼 따르는 홍림, 왕은 고려의 왕위를 이을 원자를 얻기 위해 홍림에게 왕후와의 대리합궁을 명한다. 충격과 욕망이 엇갈린 그날 밤, 세 사람의 운명은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는데... 금기의 사랑과 역사의 광풍에 휘말린 이들의 대서사가 시작된다!!

영화 '쌍화점'은 예견된 비극적 결말의 궁중 치정극이다.

욕정일까 연정일까.

고려말, 공민왕(주진모), 왕을 보위하는 건룡위의 수장 홍림(조인성) 그리고 원나라 공주이자 고려의 왕후(송지효) 이들 세사람의 삼각관계를 다룬 시대극 '쌍화점'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농밀하게 담아냈다.

상영전부터 '쌍화점'은 동성애 코드로 주목을 받았지만 단정짓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홍림과 왕은 신하와 군주의 관계가 아닌 10년 넘게 잠자리를 해온 사이지만 여자를 품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왕의 성 정체성과 달리 홍림은 어떠한 확신도 없는 상태인 것.

어린 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육성되는 건룡위는 왕의 보위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왕을 위해서 목숨까지 기꺼이 바쳐야하는 엄명을 받게 되니 사실 왕과 홍림의 관계는 왕의 일방적인 소유에 가깝다.

홍림은 왕의 동침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거니와 육체적 탐닉의 대상으로 전락한들 그것은 왕을 위한 모든 충정의 행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왕은 홍림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연모라고 칭하지만 그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충성스러운 신하에 대한 애틋함을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이들의 성정체성은 사실상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

왕과 왕후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빌미로 원나라가 후계 문제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계속 해오자 왕은 홍림에게 왕후와 합궁할 것을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 사람은 격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남녀불문, 첫정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왕에게도, 홍림에게도 그리고 왕후에게도 서로가 첫정이었기에 이들의 삼각관계는 피바람 부는 치정극으로 번지며 극단적인 전개에 이르고 만다.

왕의 명령에 따른 왕후와의 합궁, 홍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수컷의 본성이 깨어났기 때문인데 홍림은 왕과 잠자리를 갖는 10여년동안 왕 이외의 누구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육체적 행위는 쾌락이 아닌 의무적인 업무의 연장선과 같았기에. 홍림은 왕후와의 동침에서 숨어있던 본성이 깨어나고 쾌락을 만끽하게 되지만 이를 순화하기 위한 나름의 감정을 덧입히게 된다.

홍림이 왕을 대하는 감정이 애정 아닌 충정이었듯, 홍림의 왕후에 대한 감정 역시 연정이 아닌 욕정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신세계(?) 체험 이후 반복적으로 머릿속을 맴도는 흥분과 쾌락에 자신의 감정을 착각하게 되는 것. 홍림과 왕후가 정말 서로를 사랑했을까 라고 묻는다면 완벽한 속궁합의 승리라고 답할 만큼 정신적인 교감은 일체 배제돼 관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준다.

6번의 정사신, 유하 감독은 동선보다 흔들리는 눈빛을 클로즈업 하면서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하지만 관객들의 기억 속에는 애틋함보다 육체의 쾌락에 눈 뜬 남녀의 끈적거리는 정사와 외면하듯 엇갈리는 두 사람의 내려깐 시선뿐이다. 오히려 이들 사이에서 욕정 욕망 외에 또다른 감정을 더 찾아내라면 연모가 아닌 연민이 아닐까.

왕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능욕의 세월을 견디는 왕후와 왕의 일방적인 소유물로 욕구를 조정 당하는 홍림, 육체점 쾌감을 나눈 이들은 서로를 향한 연민을 연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예견된 비극적 결말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애증으로 파멸되어 가는 왕에 대한 안쓰러움과 홍림과 왕후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얼룩진다.

 

어느샌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지켜보던 관객은 왕의 입장에서만 모든 상황을 일방적으로 보게 된다.

끓어오르는 질투심으로 뒤틀린 왕의 심정은 공감을 하는 반면 설득력을 잃은 왕후와 홍림은 철저하게 외면하게 되는 것.

 

극장을 나서는 순간,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왕은 믿었던 두 사람에게 배신당한 안타까운 순정파로 기억되지만 홍림과 왕후는 쾌락에 눈이 멀어 물불 안가린 욕정남녀로 비난받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홍림과 왕후의 감정이 단순한 성적 쾌락이 아닌 남녀간의 애정이라는 확신이 관객들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끈적거리는 몸의 대화가 아닌 정상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끌어안는 이해와 진실된 교감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결말을 본 딴 한국판 궁중 비극 로맨스 '쌍화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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